오랜만에 뒷동산 돌고 왔다. 당연히 처음 경사 구간 지나며 기분 좋은 숨가쁜 상태를 경험했다. 낮 시간 어제보다 추위진 날씨에도 사람들 여렀 보인다.
가을과 겨울 지나며 수분 다 날아가 달콤하게 단맛이 응축되어 보이는 산수유들이 예쁘다.
따가지 않은 사람들이 더 예쁘다. 제발 따가지 마라 저것들 얼마 한다고 산행하다 보이면 다 따는 사람들 미워
둘레길 돌다 점심 때문에 가까운 동내로 내려왔는데 이 동내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오래된 흑백사진 같은 모습의 샘을 보니 반갑다. 60, 70년대 이곳에서 물긷고 빨래하며 왁작지끌했을 샘터였을텐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 농수산물 시장쪽에 엄궁 어촌계 있어니 그 당시는 더 큰 포구였겠다.
낙지볶음 먹을려고 찾아가니 월요일이라 문을 닫았다. 이 동내 다른 가게들도 월요일 휴업 중이다. 몇 번 갔던 가게가 생각나 찾아가니 다행히 영업을 한다. 갈비탕 주문하고 가게 들러보는데 이집은 온지 몇 번 안되지만 깨끗하다는 느낌과 내부가 넓어 앞뒤 손님들과 의자 부딛칠 일이 없어 좋다.
음식 결론 : 갈비탕 13,000원 돈 아깝지 않다.
주문한 갈비탕을 가져오면서 '갈비탕에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됩니다, 소금도 넣지 마시고 양념된 정구지도 넣지 마세요'라고 일하시는 분께서 말씀하신다.
고추 맛있어보여 먹었는데 이런~ 땡초다! 싹뚝싹뚝 짤라 갈비탕에 투하! 칼칼하니 국물 더 맛있다. 갈비가 크고 고기도 많이 붙어있어 양질의 단백질 충분히 섭취한 것 같다.
집으로 갈맷길 걷듯이 찻길 걸어 가니 못 보던 입구가 있어 당연히 내려갔다.
생각지도 않게 대나무 숲이 나타난다. 이런 재수가 있나
내려와 보니 아파트 뒤에 뭔가 만들어져 있다. 이것이 아파트에 완공했다고 붙어 있던 뭐뭐인가보다. 세 사람 있는데 개 데려와 훈련시키거나 놀고 있다. 이런 곳에 있어니 개들 놀이터지 사람 놀이터가 되겠나?
대나무가 참 반갑다.
갑자기 웃음이 나고 기분이 너무 좋다. 반갑고 웃음이 나는 이유 나는 알고 있지
얼마 전 번역해던 숫따니빠다 [SN. 38] 게송이 생각났다. 이것은 붓다의 가피 같다. 걸어본 적도 없는 길이였는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대나무를 만나게 되다니 당연히 붓다가 떠오를 수밖에, 대나무 보고 웃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참 안됐다'라고 느끼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Vaṃso visālova yathā visatto, puttesu dāresu ca yā apekkhā;
자식과 아내에 대한 기대는 대나무가 넓게 얽히는 것과 같다
Vaṃsakkaḷīrova sajjamāno, eko care khaggavisāṇakappo."
둘러붙지 않는 숲속의 죽순처럼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경전 게송을 생각하며 대나무 밭을 샅샅이 살펴본다. 게송의 모습을 뜨올리며, 겨울 없는 줄알고 시기가 아님을 알면서도 혹시나 죽순이 있는지 찾게 되는 것은 경전의 구절이 너무 강렬해서 그럴 것이다.
조성한지 얼마 않되 말라 죽은 대나무도 보인다. 올 겨울 지내고 둘러붙지 않는 죽순들 사방에서 나와 곧고 굵은 대나무로 그런 숲으로 자라길 기도해본다. 붓당 사라낭 갓차미! 담망 사라낭 갓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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